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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경향신문] 머리 지끈거리는 축사 악취 잡기 2년간 실험 끝에…“냄새 68%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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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2022-09-27 1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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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군 천천면의 한 돼지농장에서 24일 농축산용미생물산업육성지원센터 연구원들이 악취  수치를 점검하고 있다. 장수군 제공

전북 장수군 천천면의 한 돼지농장에서 24일 농축산용미생물산업육성지원센터 연구원들이 악취 수치를 점검하고 있다. 장수군 제공

 

농촌진흥청과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공공기관이 몰려 있는 전북혁신도시는 고질적인 악취 문제가 심각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등 일부 기관의 서울 이전설이 불거질 때마다 악취가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될 정도다. 호남고속도로 여산휴게소 부근을 지나는 운전자들도 악취 때문에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두 지역 냄새는 전북 익산시 왕궁면과 김제시 용지면의 양돈농가 밀집 지역이 진원지다. 그간 지자체 등이 발 벗고 나서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악취를 잡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별다른 해법이 없었다. 

농촌의 골칫거리인 축산농가의 악취를 잡기 위한 의미 있는 실험이 전북 장수군에서 진행 중이다. 건강에 이로운 미생물균(live microorganism)을 활용한‘에코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이다. 군 전체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는 전국 첫 사례다. 이 사업은 농림부가 지원하고 (재)농축산용미생물산업육성지원센터와 장수군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24일 전북 장수군 장수읍 대성리‘행복한 농부’ 농장. 2400㎡ 규모의 이 농장에서는 8개 동에서 돼지 1000여두를 키운다. 농장주 양승철씨(60)는 “지난해부터 실험대상 농장으로 선정돼 유산균·효모균을 먹이고 있다”고 밝혔다. 사료를 달리 쓴 후부터 돼지들은 소화가 잘되고 방귀 등 가스 배출이 줄면서 발육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양씨는 돼지 분뇨물도 발효가 잘될 수 있도록 유산균을 섞어 준다. 또 환경개선용 미생물(광합성균, 바실러스균)은 물에 타 막사에 뿌려주고 있다.

전북 장수군 장수읍 대성리에서 행복한 농부 농장을 운영중인 양승철씨(사진 우)가 서울에서 귀촌한 아들과 함께 24일 건강하게 사육되고 있는 흑돼지를 점검하고 있다. 박용근기자

전북 장수군 장수읍 대성리에서 행복한 농부 농장을 운영중인 양승철씨(사진 우)가 서울에서 귀촌한 아들과 함께 24일 건강하게 사육되고 있는 흑돼지를 점검하고 있다. 박용근기자

이런 노력 덕분에 축사에 진동하던 암모니아 가스 악취가 확 줄었다. 양씨는 “마스크를 벗고 막사를 출입할 정도로 냄새 문제가 개선됐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농장 폐쇄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걸고 민원을 제기하던 이웃 주민들은 올해 들어 “냄새를 어떻게 잡았나? 고생했네”라며 어깨를 두드려 준다고 한다.

양씨는 “23년 전만 해도 ‘동네 주민들에게 악취로 고통을 주고 폐를 끼치고 있다’는 자괴감에 농장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런 미안한 마음이 가셨다”며 “고약한 냄새가 싫다며 서울로 떠난 아들도 작년에 내려와 청정 목장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안고 함께 일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에코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은 장수군 내 전체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2년간 진행중이다. 돼지의 경우 20여농가 3만여두가 대상이고, 한우는 300여농가 1만1000두가 해당됐다. 농민들은 무상으로 받은 사료첨가제를 가축에게 먹이고 환경개선제, 분뇨처리제 등도 함께 사용했다. 30여억원의 비용은 농림부와 장수군이 절반씩 부담했다.

환경부 시험분석공인인증기관인 ‘시흥녹색환경지원센터’가 지난 6월 분석한 실험결과는 고무적이다. 돈사 내 악취 오염도는 코로 맡는 관능테스트에서 종전 평균 10402(돈사내 공기를 일반 공기 수준으로 희석하는 데 필요한 공기량)에서 4412로 58%나 감소했다.

전북 장수군 계남면의 한 한우축사에서 24일 연구원들이 악취 수치를 점검하고 있다. 장수군 제공

전북 장수군 계남면의 한 한우축사에서 24일 연구원들이 악취 수치를 점검하고 있다. 장수군 제공

지정악취 물질인 암모니아(NH3)는 24.73ppm에서 15.35ppm으로 39%가 줄어들었다. 악취 및 발암물질로도 알려진 페놀(C6H6O)은 49.61ppb에서 34.48ppb로 30% 줄었다. 파라-크레졸(C7H8O)은 191ppb에서 92.33ppb로 151% 감소했다. 자극적이고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는 프로피온산 (CH3CH2CO2H)은 1344.33ppb에서 624.92ppb, 발레르산(CH3(CH2)3COOH)은 143.54ppb에서 71.26ppb, 뷰티르산(C3H7COOH)은 665.83ppb에서 453.58ppb로 각각 30%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또 양돈 농가 악취의 또 다른 원인인 슬러지(배설물)도 호기군(산소 요구 미생물)이 196% 증가한 반면 악취를 유발하는 혐기균은 12% 줄었다. 반면 씨돼지를 키워 시장에 출하하는 육성율은 97.8%로 국내 평균(80%)을 크게 웃돌아 축산농들을 놀라게 했다.

최훈식 장수군수는 “효과·효능이 검증된 미생물을 활용하는‘에코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을 통해 금강·섬진강 발원지로서 1급수 유지, 대한민국 청정 축산의 1번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았다”고 말했다.

이 사업을 주관한 농축산용미생물산업육성지원센터(센터장 김대혁 전북대교수)는 2017년 농림부가 150억원을 지원해 전북 정읍시 신정동에 건립됐다. 센터는 미생물 추출물을 이용한 해충방제약 같은 제품 개발과 검증, 안전성 평가 등을 맡아 농업·축산업에 유용한 미생물 보급과 산업화를 주도하고 있다. 설립 후 지난해까지 5년간 220개 기업의 제품 안전성 테스트, 공정 지원 등 미생물 산업 기반 구축에 앞장섰다. 이를 통해 해외 70여 개국에 600여만 달러 수출실적도 올렸다.

 

출처 : 경향신문(https://www.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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